흔한 양비론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이른바 진보언론에 대한 불편함이 더 크다. 노무현을 이야기할 때 몇몇 진보언론의 대표논객이라는 사람들은 '과거 지역감정에 맞선 바보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다르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래서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고 '과거' 바보 노무현, 혹은 퇴임 후 시민으로 돌아간 노무현은 긍정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식의 단절적인 접근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암튼 참 편의적이다. 진보의 가치 가운데 하나가 자기성찰의 변별성이라고 한다면 그 같은 주장은, 좀 추하다.
문서를 뒤지다 참여정부 5년차인 2007년에 개인적으로 썼던 글을 하나 찾았다. 지금 생각과 별 다르지 않다.
좌도 우도, '보고 싶은 노무현'만 봤다
대통령, 참여정부의 정체는 뭘까. 지난 4년의 평가를 훑어보면 참으로 폭넓고 다양하다. 한쪽에서 반미·좌파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어느 틈엔가 친미·신자유주의라는 비판이 들려왔다. 거리에서 친기업적이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을 때 어느 기자회견장에서는 친노동자 정부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한미동맹 파탄 낸 정부라며 머리띠 두르는 다른 한편에선 대미 저자세를 비판하는 토론이 열리고 있었다. 정책의 포퓰리즘을 시비하더니 이번엔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난한다. 정말, 정체가 뭔가.
말이 좋아 폭넓고 다양한 평가이지, 그만큼 폭넓고 다양한 비판과 공격을 받았다는 말이다.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욕 많이 먹은 정부가 오래간다면 참여정부는 가히 장기집권 감이다. 의문이 하나 생긴다. 이렇게 극단의 평가가 양립하는 게 과연 가능한가. 어느 쪽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모두 제대로 보고 있지 않은 것 아닐까.
다양하게 욕 먹는 미스터리 정부
주장이나 주의가 앞서면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보고 싶은 대로' 본다.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리는 양 진영을 진보와 보수로 칭한다면, 이 같은 양상은 극단의 주장과 '딱지 붙이기'가 횡행하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공존 없는 진보와 보수의 비합리적인 태도는 참여정부를 통해 고스란히 투영됐다(물론 이런 식의 표현이 보수의 '격'을 과하게 높여주는 것이긴 하다).
이라크 파병을 놓고 한쪽에선 명분도, 국익도 없는 파병이라고 반대했고 다른 한쪽에선 더 많은 병력을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서 한쪽은 이전비용 등을 놓고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준다"며 대미 저자세라고 비판했다. 다른 쪽에선 "주한미군 철수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며 안보 공백을 성토했다.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 공사를 놓고 한쪽에서 정부가 환경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할 때 다른 한쪽에서는 공사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따지며 무능한 정부를 탓했다. 한미 FTA를 신자유주의라고 반대하던 진보는 참여정부의 복지재정 확충이나 비전 2030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안보 위기라며 반대하던 보수는 정작 20년 만에 이룬 국방개혁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사안에 따라 엇갈린 비판이나, 한쪽의 반대와 침묵이 있을 뿐 공론의 장은 없었다. 타협 없는 극단의 대립과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참여정부가 짊어져야 했다. 사실, 참여정부만이 아닌 우리사회 전체의 부담이었다. 오랫동안 용산기지 반환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숙원이 풀리자마자 평택 이전을 거세게 반대했다. 5167만평을 돌려받고 362만평의 대체부지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역사의 진보인지, 후퇴인지는 따져볼 일이 아니었다.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추진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은 당시에 그토록 찬양하던 '자주'였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자 '망국'이 됐다. 그때 쌍수를 들어 환영하던 그 사람들이 지금은 왜 구국의 비장함으로 무장하게 됐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결론은 그저 참여정부에 대한 반대였다.
따로따로 반대하던 양 진영에서 합일을 이룬 것이 바로 '좌파 신자유주의'였다. 애초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이 회자된 현상 자체가 역설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3월 23일 국민과의 인터넷대화에서 FTA와 양극화 해소는 양립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결국 더불어 가야만이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동반성장은 선진한국으로 가는 양 날개입니다.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방 안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체질이고, 함께 가는 것이 고유 목표이면 국민 복지와 함께 가자는 것입니다. 황당한 것은 한쪽에선 신자유주의정부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좌파정부라고 한다는 겁니다. 참여정부는 좌파정책도 하고 우파정책도 하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입니다. 이론적 틀 안에 현실을 집어넣지 말고 현실을 해결하는 해법으로 좌든 우든 써먹자는 것입니다."
좌파신자유주의, 참 쉬운 합의
노 대통령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좌파 신자유주의는 참여정부를 교조적인 이념의 틀에 가둬놓고 제각각 '좌파정부' '신자유주의'라고 비난하는 상황을 비꼬아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겐 그게 딱이었다. 안 그래도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난이 있어왔던 터였다. 좌측 깜박이 켠다고 시비걸고, 우회전 한다고 조소해온 양 진영에게 좌파 신자유주의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 '주의'였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 모두 자신들은 변하지 않으면서 참여정부를 편하게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는 더 할 수 없는 '절충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이 회자되는 상황은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편협한 시각, 우리사회 공론과 타협의 공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통령이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우스개 표현마저 심각한 논란이 되는 현실은 비극"이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무엇이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고 국익을 위한 선택인지 '유연한 진보'의 길을 찾았고 원칙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초중등 교과과정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통합적 사고라고 한다. 아무래도 초중등 교육으로 끝날 목표는 아닌 거 같다.
참 할 말이 많았던,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글을 썼는데요. 그래서 저부터 한번 다시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주관식 문제로 만들어봤습니다. 읽다보면 너무너무 쉬운 문제인데 현실에선 잘 안 풀리는 문제들이더군요.
1. 먼저, 그렇게 그렇게 설명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던 대표적인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거 뒤의 각종 평가에서도 참여정부를 대표하는 단어로 꼬박꼬박 사용되고 있는 말입니다. 뒤에 문제와 연관 있기 때문에 제목은 다 밝히지 않겠는데, 2007년 2월 대통령이 직접 써서 공개한 '대한민국 OO,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서신 내용 일부입니다.
‘OO OOOOO’라는 우스개 표현마저 심각한 논란이 되는 현실은 비극입니다. 제가 이 말을 한 것은, 참여정부를 굳이 교조적인 이념의 틀에 가두어 놓고 두드리려는 의도로 한 쪽에서는 ‘OO정부’라 비난하고, 한 쪽에서는 ‘OOOOO’라고 비난하는 상황이 못마땅하여, 이런 비판을 교조적 논리라고 비꼬아서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두고 언론이 진지한 표정으로 무슨 뜻이냐 묻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는 바람에 난감한 기분이 든 일이 있습니다. 이제는 학자들마저 이 말을 정색하면서 받아들이고 무슨 의미를 붙이니, 입장이 참으로 난처합니다.
다시 한 번 더 밝힙니다. 이 말은 참여정부를 교조적 사상으로 재단하는 현실을 비꼬아서 쓴 말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니 더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2. 최근 남북관계가 뜨거운 이슈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해법은 이랬습니다. 지금 정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2007년 11월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로 연설한 내용입니다.
한반도에서의 대립과 긴장은 동북아 정세에 여러 가지 대립과 긴장의 요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북O 문제, 미사일 문제,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체제 등이 한반도의 대결상태에서 비롯되었거나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에 냉전체제가 계속되는 한 동북아의 대립과 긴장은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 문제는 O문제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O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들도 해결이 될 것입니다. 지금 북O 문제는 본격적인 대화의 국면에 들어와 있습니다만, 지금도 대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옳지 않습니다. 대화가 아닌 압력수단으로는 북O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체제에 위협을 느꼈을 때 O을 손에 잡았습니다. 안전보장과 관계정상화를 약속받았을 때 O 포기를 약속했습니다. 약속의 이행에 대한 불안이 생겼을 때 다시 O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압력이 가중되었을 때 O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체제가 불안하거나 압력이 높을수록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온 것입니다.
결국 대화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3. 안타깝게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2007년 11월 방송된 KTV 특집 인터뷰 다큐에서는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에겐 없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겐 있었던 것" 한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한나라당에겐 없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겐 있었던 것이 한 가지 있죠. 바로 OO입니다. 남북 간 제도적인 합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남북 간에 OO가 없었던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무슨 많은 정책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이해하고 그렇게 싸우는데, 실제 차이는 딱 한 가지, OO성입니다.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OO나 상대방의 도덕성에 대한 OO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상대방이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해소해 주는 것이 OO입니다 소위 말해서 흡수 통일, 무력 공격,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걸 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말해야 하고, 분명하게 믿게 해 주는 것이 OO지요.
4. KTV 특집 인터뷰 다큐에서는 평소에 자주 얘기했던 사례도 들어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이 사람'을 강조한 것인데요, 이번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은 그런 풍경이었는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팔메 수상은 스웨덴의 아주 훌륭한 OOO로 케네디처럼 유명한데 그 사람이 86년경 경호를 해제하고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갔다가 저격을 받아 죽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계엄이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팔메 수상처럼 자유롭게, 보통 시민과 같은 높이에서 걸어다니는 OOO가 없습니다.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우리도 그런 나라 한 번 만들어보자.’ 이런 희망을 제가 얘기를 했었지요.
5. 같은 KTV 특집 인터뷰 다큐에서 정치인의 자세에 대해 언급한 대목도 나옵니다. 이건 한자입니다.
OOOOO OOOOO 이 말은 김구 선생 어록에 들어있는 얘기입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는 뜻이지요. 그게 적어도 역사에 마주선 정치인의 자세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이 같습니다.
6. 요즘 법치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2007년 6월 대학총장과 토론회 발언을 보면서, 이런 분야에 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의 OO을 강조하시는데, 물론 대학OO을 존중해야 합니다. 아무도 대학OO을 반대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국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대학의 자유도, 대학의 OO도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국민과 더불어서 OO의 권리를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어느 집단만 자유를 누리고, 어느 집단의 자유를 위해서 나머지 집단의 자유가 제한받게 됐을 때, 매우 큰 불편을 겪어야 하고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창의성교육, 인성교육, 다양성교육, 민주주의교육과 같은 미래의 가치를 훼손시키면서까지 대학의 OO을 주장하는 것은 OO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7. 이 분야에 대해서 참 많은 말씀을 하셨죠. 대통령 재임 시 민주주의에 관한 주요 발언을 '시민주권시대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정리한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지만 시장은 이익을 추구합니다. 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 패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은 정치원리이지 시장원리가 아닙니다. 시장이 그 같은 공존의 틀 속에서 공정하게 움직이도록 관리하고 보완하는 일은 정치의 몫입니다. 가치가 아닌 이익을 좇는 정치,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한 정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정치권력은 분산돼 나가는 반면 시장권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정치가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적자생존의 논리로 움직이는 시장이 사회를 지배할 때 가치의 위기가 발생합니다.
OO도 시장권력과 결탁하거나 더 나아가 스스로 시장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정보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OO이 시장과 결탁해 시장의 논리를 강화하고 시장자본에 봉사하면 약자를 배려하고 연대와 균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설 땅이 없습니다.
같은 분야에 대해서 KTV 특집 인터뷰 다큐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OO이 국가권력이냐, 시장권력이냐, 시민권력이냐?’ 제가 묻고 싶은 것은 그런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당신들이 선 자리는 어디입니까?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 그로부터 해방된 다음 이 권력, 저 권력하고 제휴를 합니다. 권력 혹은 권력 대안과 결탁해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부정 선수가 돼 있는 겁니다. 부정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더라고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일부 OO은 내내 갈등을 일으키고 절치부심하면서 5년 뒤를 기약했습니다. 그런데, 또 제가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OO은 편을 갈라 싸우는 정치의 주체가 된 것입니다.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스탠드로 좀 올라가시오’ ‘당신들은 선수가 아닙니다’라는 얘깁니다.
8. 몇몇 기사를 보면 퇴임 이후 최근까지도 이 문제에 천착하셨다죠. 어떤 그림을 그리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2007년 2월 당시 '대한민국 OO,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서신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저는 이제 우리 OO가 달라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OO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필요하면 그것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채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유럽의 OO진영은 진작부터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의 노선은 이런 것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유연한 OO’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교조적 OO’에 대응하는 개념이라 생각하고 붙인 이름입니다.
저 때문에 OO진영이 다음 정권을 놓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 정권에 대한 지지가 다음 정권을 결정한다면, 지난번에도 정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을 것입니다. 저는 다음정권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일도 없습니다. 저 또한 대세를 잡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 민주 혹은 OO진영이 성공하고 안 하고는 스스로의 문제이고,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저에게 다음 정권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차라리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더라면 OO진영이 행동하기 좋았을 것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OO진영이 무엇을 잘하자는 것이 아니라 반사적 이익을 보자는 것입니다. OO진영이 무엇을 잘해서 정권을 잡을 일이라면 참여정부 시대에도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반사적 이익을 보겠다는 말이라면 다음에도 기회는 있을 것입니다.
9. 이런저런 글을 보다가 이 대목에 이르러서 다시 슬퍼졌습니다. 2008년 1월 신년인사회에서 한 발언인데요. 새삼 실감나는, 가슴 아픈 내용입니다.
저와 우리는 물러가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립니다. 말하자면, 이름을 스스로 붙이기가 미안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이니까, 노무현 시대는 물러가고 이명박 시대가 옵니다. 참 기뻐하는 사람은 많고 또 그만큼 많지는 않지만 섭섭하고 불안한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 새로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의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꼭 성공하기를 바라고, 우리 국민들이 오늘 가지고 있는 그 기대와 소망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요새 OOOO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아무 주문이 없습니다. ‘그만하면 됐다’ 이러는 거 같아요. OOOO 그만하면 됐고, 경제가 엉망이다, 경제를 꼭 살려야 된다. 복지는 어떤가요? 경제만 잘되면 잘 안 되겠나? 이게 오늘의 답인 것 같습니다. 평화? 그건 좀 봅시다, 그 정도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 컨센서스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의 현실을 진단하는데, ‘OOOO’가 많이 아쉽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왜 일찍 만족하고 일찍 포기해 버릴까, 이런 답답함이 있습니다. ‘경제’는 내가 보기엔 문제가 있지만 이 정도면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멀쩡한 경제인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할까. 죽은 놈이라야 살리는 것이지 살은 놈을 왜 살린다고 하는지 납득을 못 하겠습니다.
10. 마지막 문제는 이것으로 뽑아봤습니다. 떠나는 그가 우리에게 준 선물 같은, 축복 같은 말입니다.
제가 지금은 절반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올 만큼 다 온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지배를 얼마나 제어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시장의 경쟁은 수용하되 그것이 지배의 구조가 되지 않게 제어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 권력 간의 관계가 제대로 편성된 사회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 일을 누가 합니까. 바로 OO이 하는 것입니다. 시장 안에도 OO이 있고 시장 바깥에도 OO이 있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자유와 평등을 추구해 나가는, 끊임없이 지배질서와 지배사상에 도전해 나가는 사람들이 저는 OO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주권자로서, 권력의 주체세력으로서 OO이 제대로 서야 합니다.
흔히 정치인들은 권력을 정점으로 사고합니다. 정치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많은 OO들이 ‘권력을 가졌으면서 왜 할 일을 다 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이고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권력은 바로 OO들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의 참여정부 청와대 브리핑을 보면 많은 말들을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너무너무 쉬운 문제들이지만, 답들은 태그에 붙여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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